HOME > 참여마당 > 언론에 비친 용주사
제목 외국인 한국어학교
글쓴이 용주사 등록일 2009-01-17
첨부파일 조회수 1638
 

다문화가정2. 화성 김용길 슈게시 부부

불교신문 - 농촌사랑 범국민운동본부 공동기획


“무슬림이지만 사찰서 봉사하고파”

용주사 한글교실과 인연맺고 불교에 ‘호감’


화성에 사는 김용길(37) 씨와 슈게시(30)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용주사를 찾는다. 특히 주말에는 돗자리 하나에 도시락만 있으면 소풍 장소로 제격이다. 사시사철 이들에게 용주사는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2년 전 어느 날 용주사를 찾은 부부는 한글교실 현수막을 보게 된다. 이렇게 용주사와 인연이 시작됐다. 김용길, 슈게시 씨 가정을 지난 11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용주사 한글교실 선생님들은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줬어요. 공부를 하며 때로는 선생님, 친구들과 멀리 여행을 간적도 있답니다. 수업 전에는 스님과 차 마시는 시간도 있고 한국문화 체험도 했어요. 요즘은 개강 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슈게시 씨는 용주사 한글학당을 친정처럼 찾는다. 2년 전부터 꾸준히 학당을 다니고 있다. 타 기관에 비해 용주사에서 마련한 한글학당 프로그램이 가장 알차기 때문이다.

남편 김용길 씨도 “집에서 가까운 동사무소나 복지기관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도 가봤지만 용주사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며 “매주 아내를 직접 데려다 준다”고 했다.


<사진>“몸과 마음을 쉬어가기 위해 화성 용주사를 찾는다”는 김용길.슈게시 씨 부부가 아들 대수 군과 찍은 가족사진.


사찰에서 열리는 다양한 체험행사로 얻은 것이 많다는 슈게시 씨. 대표적으로 ‘송편 만들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계시지 않아서 송편 만드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추석 때마다 먹는 떡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배웠죠. 떡 빚으면서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완성된 떡도 먹고 잔치가 따로 없었습니다.”

슈게시 씨는 무슬림이다. 인도네시아인 90%가 이슬람교 신자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았다. 비록 무슬림이지만 사찰에서 마련한 한글학당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전부터 자주 방문했기 때문에 절이 낯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가족같이 대해준 한글학당 선생님들도 좋았구요.”

슈게시 씨의 성실함은 사찰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용주사 포교국장 덕본스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학당에 참여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면서 “슈게시 씨가 공부에 열중하며 모범을 보여 친구들도 많이 따른다”고 칭찬했다.


용주사와의 인연만큼 부부의 결혼도 극적이다. 지난 2003년 슈게시 씨가 (주)대지필터에 연수생으로 왔을 때만해도 인연을 맺게 될 줄 아무도 몰랐다. 김 씨에게 슈게시 씨는 연수생, 슈게시 씨에게 김 씨는 상사 일 뿐이었다. 회사 동료로만 3년을 지냈다. 연수가 끝나갈 무렵 회사 회장인 이은규 씨가 성실한 슈게시 씨를 칭찬하며 한번 교제해 볼 것을 김 씨에게 권유했다. 김 씨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슈게시 씨도 마찬가지였다.


반찬 잘 못해도 칭찬해 주는 남편이 고마워

“부부에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지요”


 그러나 만날수록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에 대한 욕심, 가족에 대한 끔찍한 애정, 활달한 성격 등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쌓였다고 한다. 사귄지 1달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항상 쾌활하고 얼굴도 예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내의 성실한 면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둘은 지난 2006년 4월30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어 7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치렀다. 부부가 된지 3년. 김용길.슈게시 씨 집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지금은 엄마의 눈을 쏙 빼닮은 아들 대수(1)가 있어 더 행복하다.



<사진>김용길.슈게시 씨 부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전통혼례식을 치른 장면.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내는 메추리알 조림에 케첩을 넣었습니다. 완성된 조림은 토마토를 뿌려 넣은 것처럼 붉었죠. 그때 식사를 함께한 친구 부부는 결국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다 먹었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모르는 것은 차근차근 가르쳐 주고 나도 배워 가면 되죠.”

김용길 씨는 “부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강조하며 아내 슈게시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부부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들 대수가 별 탈 없이 자라는 게 이들 부부의 소원. “다문화 가정 2세 자녀들이 종종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문적인 교육도 받을 겁니다.” 김 씨의 다짐이다. 한글학당에 매주 데려다 주기 때문에 절을 방문하는 아버지들을 모아 2세 교육을 마련해 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슈게시 씨는 용주사 스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글을 배워 한국문화를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준 스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무슬림임에도 저의 종교를 배려해 줘서 감사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사찰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일손이 부족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비록 무슬림이지만 사찰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고마움을 봉사활동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화성=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494호/ 1월21일자]


효 테마공원 조성 '가시밭길'…주공 손실금 요구 논란
용주사 찾은 김형오 국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