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참여마당 > 언론에 비친 용주사
제목 용주사에 행자가 들어온 날
글쓴이 용주사 등록일 2023-09-16
첨부파일 406186_411579_5031.jpg 조회수 590

초하루법회날 행자 삭발식 거행
사부대중 함께 새 출가자 환영
부모에 마지막 인사…울음 터져

의식 공개 이례적, 의례대로 진행 특별
“종단 모범돼 여법한 행사로 정착하길”

용주사 주지 성효스님이 9월15일 초하루법회에서 행자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용주사 주지 성효스님이 9월15일 초하루법회에서 행자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머리 깎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으오리다. 이제 삭발하여 행자의 몸이 되었으니 세상의 모든 애착을 끊고 스님의 지도를 받아 위없는 불법을 배워서 일체중생을 제도하여 불국정토를 이루겠습니다.”

9월15일 초하루법회를 맞은 제2교구본사 용주사 관음전. 신도들이 가득한 공간에 갈옷을 입은 한 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수많은 주변 시선에 잠시 당황한 듯 떨렸던 청년의 눈은 이내 고요해졌다. 그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은사 스님의 말씀을 차분하지만 우렁차게 따라 했다. 주변 사위는 한순간 조용해졌다. 하지만 훌쩍이는 소리는 멈추지 못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훌쩍이는 소리에도 청년의 눈은, 입은, 손은, 어깨는 단 한 번도 떨리지 않았다.

화성 용주사는 이날 행자 삭발식을 거행했다. 모든 사부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 행자’는 대중의 박수와 눈물을 함께 받으며 출가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교구본사에서 행자 삭발식을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삭발식 공개도 그렇지만 의식에 맞춰 진행한 것도 보기 드문 귀한 광경이었다. 특히 출가자 감소를 겪고 있는 요즘에선 더욱 특별한 행사다.

삼배로 인사하고 있는 삭발 전 장 행자.
삼배로 인사하고 있는 삭발 전 장 행자.
주지 성효스님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장 행자.
주지 성효스님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장 행자.

용주사 주지 성효스님 등 대중 스님과 신도 등 사부대중이 삼귀의와 반야심경, 청법가를 하고 장 행자는 주지 스님에게 삼배를 했다. 잠시 사부대중은 입정에 든 후, 질의응답이 주지 스님과 행자 사이에 오고갔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까?” “가없는 중생을 다 제도하겠습니까?” “다함없는 번뇌를 다 끊겠습니까?” “한없는 법문은 다 배우겠습니까?” “위없는 불도를 다 이루겠습니까?” 행자는 일일이 답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행자에게 다짐을 받고 나서야 주지 스님은 행자의 머리에 돋아난 무명초를 잘라냈다. “보배궁전에 주인공이 꿈만 꾸더니 무명초 몇 해나 무성했던가. 금강보검 번쩍 깎아버리니 무한광명이 대천세계 비추네.” 삭발게를 읊으며 주지 스님은 장 행자 머리에 청수를 세 번 뿌려주고 무명초를 자르기 시작했다. 장궤합장한 장 행자는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참회진언을 외는 모습에는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졌다.

용주사 대중 스님들도 삭발에 동참했다. 모든 대중이 마음을 모아 이 행자가 잘 성장해서 여법하게 수계를 받아 종단의 인재가 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이윽고 장 행자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됐다. 진정한 출가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주지 성효스님이 축원했다. “불자야, 모든 인연이 갖추어져서 불보살님의 증명하에 감로수로 머리를 축여 무명초를 깎았으니 마음이 청량하고 번뇌가 다하였구나.” 그러자 장 행자는 게송으로 화답했다. “내 이제 무명초인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발원하오니 일체중생들은 모두가 번뇌를 소멸하고 마침내 깨달음을 이루어지이다. 나무보현보살마하살…”

주지 성효스님은 행자의 머리에 청수 세 번을 뿌렸다.
주지 성효스님은 행자의 머리에 청수 세 번을 뿌렸다.
용주사 대중 스님들도 삭발에 동참했다.
용주사 대중 스님들도 삭발에 동참했다.
무명초.
무명초.
장 행자는 삭발하는 동안 한치의 움직임 없이 참회진언을 외고 또 욌다.
장 행자는 삭발하는 동안 한치의 움직임 없이 참회진언을 외고 또 욌다.
삭발 후 은사 스님에게 인사하는 장 행자.
삭발 후 은사 스님에게 인사하는 장 행자.

삭발을 마친 장 행자는 신도를 향해 뒤돌아섰다. 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같이 살며 사랑하고 생각하여도 때가 되면 반드시 헤어집니다. 이렇게 무상은 잠깐임을 알았으니 저는 이제 해탈을 구하나이다.” 신도들은 뒤돌아선 행자의 모습에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부모님을 향해 인사하고 삼배를 하는 모습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삭발식은 출가를 축하하고 응원하는 박수와 장엄한 출가 모습에 감격한 눈물이 교차하는 감동의 공간이 됐다.

용주사 신도 천춘희(72, 경기도 평택시)씨는 “내 자식과 같은 나이대의 행자님이 출가하는 모습에 자랑스러우면서도 세상과 인연을 끊는다니 얼마나 힘들까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며 “기왕에 출가하셨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큰 스님이 되기를 진심을 다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장 행자의 출가 모습에 박수와 눈물이 교차했다. 
신도들은 장 행자의 출가 모습에 박수와 눈물이 교차했다. 
장 행자가 맨바닥에 삼배를 하자 한 신도가 좌복을 깔아주고 있다.
장 행자가 맨바닥에 삼배를 하자 한 신도가 좌복을 깔아주고 있다.

이날 행자 삭발식을 통해 한 청년은 ‘장 행자’가 됐다. 장 행자는 6개월 전 스스로 용주사를 찾아왔다. 그리고 주지 스님을 친견하기를 바랐다. 그가 스님에게 물었던 질문은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고 한다. 세상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스님이 해답을 내놓자 바로 출가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주변 정리를 마치고 용주사를 다시 찾았다. 이때는 모든 것을 버린 상태였다. 장 행자의 은사는 출가상담을 해준 용주사 주지 성효스님이다. 장 행자와 그의 가족 모두가 개신교 신자였다는 사실은 그의 출가를 더욱 놀라게 하는 이유다.

용주사 주지 성효스님은 “행자 삭발식을 공개한 것은 각 사찰과 교구마다 이같은 의식을 같이하기를 바라는 생각이 반영됐다”며 “출가자 감소 시대를 맞아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새로운 출가자가 세상에 존경받고 세간을 존중하는 승가를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효스님은 “출가자에게는 사부대중의 축원과 응원의 빚을 갚기 위해 더욱 정진하는 기회로 삼고, 신도들은 출가의 의미를 마음속에 아로새기며 더욱 바르고 깊게 기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삭발식을 마친 장 행자.
삭발식을 마친 장 행자.
부처님 전에 삼배로 출가를 고하고 있는 장 행자.
부처님 전에 삼배로 출가를 고하고 있는 장 행자.
용주사 주지이자 은사인 성효스님은 장 행자에게 출가 선물을 증정했다. '하심'이라고 직접 쓴 족자와 손수 차고 있던 합장주가 그것이다.

 

다음 글이 없습니다.
불기2567년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 워크숍 ‘회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