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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인일보] : 나를 비우고 나를 찾는 마음여행
글쓴이 용주사 등록일 2008-07-02
첨부파일 조회수 1962
나를 비우고 나를 찾는 마음여행
2006년 08월 19일 (토) 이유리 agnes71@kyeongin.com
 옛말에 `삼일수심천재보 백년탐물일조진(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이라 하였다. `3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 동안 보배요, 백 년 동안 욕심낸 물건은 하루 아침 티끌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마음을 닦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1천700여년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사 속 깊이 내재되어 있는 불교는 이 땅의 사찰 하나하나마다 전통문화의 향기와 수행자의 정갈한 삶을 담게 했다. 그런 불교가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어 여가시간에 새로운 경험을 필요로 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중생’들에게도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른바 ‘템플스테이(Temple Stya)'가 그것. 템플스테이는 자연 속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을 찾는 시간이다. 매월 2·4주 토요일, 1박2일로 진행하는 화성 용주사의 템플스테이를 지난 12일,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오후 3시:주황색 수련복을 나눠준다. 마치 개량한복 같은 모양새다. 찜질방 옷처럼 편안하기 이를 데 없다. 모두 같은 옷을 입으니 처음 보는 동료 수행자분들이 모두 가족같이 느껴진다. 우린 이제 도반(道伴)입니다!

 ▲오후4시:입재식이 거행된다. 반야심경을 다같이 읽고 스님의 환영사를 들었다. 그리고 모두 둥글게 모여앉아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스님이 특별히 “기자 선생님”이라며 나를 소개해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아, 부끄러웠다. “불자가 아니지만, 이번 취재로 불교의 고유한 향기를 느끼고 가겠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오후 4시30분:용주사를 둘러보는 시간. 경내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용주사에 대한 진행요원의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용주사는 정조가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설법을 듣게 돼 지었으며, 정조의 꿈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하여 절 이름이 龍珠寺가 되었다는 것까지…. 역사공부도 덩달아 했다.

 ▲오후 5시10분:발우공양. 앉은 자리에서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그릇까지 깨끗하게 처리해야하는 ‘수행’이다.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찌나 조심스럽던지. 경건한 수행을 위해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 등 일절 소리를 내어서는 안되는데 음식 넘어가는 소리가 왜 그리 크게 들리던지 씹지도 않고 꼴깍꼴깍 그냥 삼켜버리고 말았다. 스님의 설명이 두고두고 머리속에 남는다. “여러분의 그릇을 씻은 물은 아귀에게 줍니다. 아귀의 배는 남산마냥 부르고 목구멍은 바늘귀만큼 좁습니다. 그러니 고춧가루나 밥티를 먹게 되면 목에 걸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귀들의 고통도 생각할 줄 아는 ‘자비의 수행자’가 참된 수행자임을 아셔야 합니다.”

 ▲오후 6시30분:저녁예불.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불제자들께 예의를 갖춰서 인사드리는 시간. 조심할 것은 여름이라고 맨발로 사찰에 가는 바람에, 양말을 잊고 오는 것. 예불을 드리러 갈 땐 반드시 양말을 신어야 한다. 주의!

 ▲오후 7시:108배를 하는 시간. 이 과정에서 108염주도 만들어야 한다. 한번씩 절할 때마다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게 하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108배는 절이 아니라 마음을 씻는 과정’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으로 108번의 절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30번을 넘어가니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거기다가 한번씩 절을 하자마자 실에 염주알도 하나씩 끼워야 하는 과정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모두들 낙오자 한명 없이 성공적으로 108배를 끝내고. 그 결과물인 108염주도 완성! 정말 뿌듯하다.

 ▲오후 8시30분:어느새 어둑어둑해진 경내. 진행봉사자들이 촛불을 하나씩 건네준다. 두줄씩 서서 탑돌이 시간. 대자연 속에서 묵언과 참선을 통해 마음을 닦음으로써 왠지 삶에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 같다.

 ▲오후 9시10분:어느새 취침시간이다. 일찍 자두어야 하는 이유는 기상시간이 오전 3시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새벽예불을 드려야한다.
 수행을 위한 스님들의 전통적인 생활 방법이 참가자들에게는 힘들고 불편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특별한 자산을 얻을 수 있다. 바로 템플스테이라는 것은 산사라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공간의 여행이며 전통불교문화를 찾아 떠나는 시간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또한 접속부호처럼 절을 느끼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여행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의 여행만으로도 큰 울림과 긴 여운을 가질 수 있는 템플스테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여행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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