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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교닷컴] : 문화보호구역 축소는 마음을 축소하는 행위
글쓴이 용주사 등록일 2008-07-02
첨부파일 조회수 1906
문화보호구역 축소는 마음을 축소하는 행위
[기고]경기도 지사·도의회의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김문수 경기도지사, 양태흥 경기도의회의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문화재보호구역 축소는 경기도민의 아름다운 마음을 축소시키는 행위입니다.

존경하는 김문수 도지사님 그리고 양태흥 의장님!
경기도가 추진 중인 문화재보호구역의 축소로 인해 도민이 역사와 문화를 호흡하며,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함양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우려가 앞섭니다.  

이러한 우려를 안고 공개편지를 띄웁니다.

토함산에 석굴암이 없다면, 가야산에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없다면, 경기도에 용주사와 봉선사등 문화재 보유 사찰들이 없다면 그 허전함은 형언키 어려울 것입니다.

수행도량에서 오히려 자연, 역사문화와 현대의 우리를 매개하여 주는 곳으로 변한 것이 사찰입니다. 사찰은 산의 대문으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향기를 만끽하도록 해주는 곳입니다. 사찰은 불교라는 종교의 수행처인 동시에 일반국민에게 넉넉한 휴양의 공간이었고, 자연과 자아의 본래면목을 깨닫고 느끼게 하며,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입니다.

사찰이나 유림 문화재의 전각들만 있는 곳이 경내지가 아닙니다. 전통사찰의 경우 사찰 경내지의 대부분은 자연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지정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나 유림의 주변 경관도 그 문화재와 같은 가치에서 보호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유네스코의 주장입니다.

전통적으로 산사는 산주(山主) 정신으로 그 산과 주변의 자연을 지켜왔습니다. 그렇게 잘 관리하고 지켜온 덕분에 산 전체의 생태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는 요인이 되었으며, 사찰산림 중 대부분이 자연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습니다.

사찰림을 지켜온 전통으로 단언하건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사찰들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곳에 불교문화재가 없었다면, 수려한 경관을 간직한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절터와 그 주변의 산림은 모두 지난 시절에 개발의 광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숲과 맑은 계곡과 역사의 향취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국가지정문화재 중에서 불교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실로 지대합니다. 국보 301개 중 169개(56.1%), 보물 1,272개 중 831개(65.3%), 사적 및 명승 9개 중 6개소(66.7%), 이 외의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지방유형문화재 등을 더할 경우 총 5,160개 중 2,203개(43%)가 불교문화재입니다. 불교가 단순히 종교로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기에 가능한 숫자입니다.
경기도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행위는 당장 중지되어야 합니다. 불상, 석탑, 건물, 범종은 불교성물인 동시에 우리민족의 얼이 숨 쉬는 고귀한  문화유산입니다. 애석하게도 보호에 앞장서야 할 중앙과 지방정부는 전통과 문화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근본적 보호대책은 수립하지 못할망정 개발에 집중된 정책은 우리의 문화수준을 하향시키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과거시대 편중되고 낮은 문화인식, 문화재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과오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보인 직지심경을 프랑스에 빼앗기게 했고, 나라를 떠나 해외로 반출된 고려불화는 소더비경매장에서 수십만 달러에 거래되는 비애를 겪게 만들었습니다. 모두 불교문화재로서 인류역사의 걸작들입니다. 왜 이 지경까지 전락했을까요.

우리가 문화재와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애정과 의지를 저버린다면 전통문화의 가치는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나마 잔존한 녹지마저 황폐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의 이번 처사와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역사가 증명하듯 우리의 후손들 또한 뼈아픈 상처와 어두운 유산을 물려받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도지사님과 의회의장님!
자연과 문화에 등을 돌리는 것이 인간성의 파괴에 조응하는 것이라면, 자연과 문화를 애정으로 품는 것은 인간성 회복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이번 문화재보호구역 200m 축소 안은 즉시 폐지되어야 함을 지사님과 의장님 이하 관계자 모든 분께 정중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도지사님은 경기도지사 예비 후보일 당시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여 원장스님에게 "경기도지사가 된다면 파리의 에펠탑처럼 경기도를 상징하는 전통 조형물을 지으려 한다."며 "석가탑과 다보탑처럼 종교적 의미를 떠나 우리의 전통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경기도를 대표하는 조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지관스님은 "좋은 생각이다. 종교를 떠나 우리 전통 문화를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꼭 좋은 결과 있기를 빌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전통문화에 애정을 보였던 지사님이 이제 와서 우리 전통문화재의 보호 구역을 축소하겠다고 한 것은 이율배반적인 반역사 반문화적 행위일 뿐 아니라 스스로가 한 약속을 저버린 채 불교계를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성의 회복입니다. 자고나면 들려오는 숱한 사회범죄들은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자존심과 생명의 가치를 상실한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 내면의 참다운 마음을 되찾는 일입니다. 그 일익을 담당하는 곳이 사찰이며 근래 사찰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 및 자연체험 행사들입니다. 경기도가 문화재 보호지역을 축소한다는 것은 바로 경기도민의 아름다운 마음을 축소시키는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존경하는 도지사님과 의회의장님!
수원화성이라는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를 보유한 경기도가 문화재보호 구역을 축소하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유네스코의 주장과 같이 문화재는 해당 문화재에 대한 점(点) 단위의 보호가 아니라 면(面)단위 보호가 이뤄져야 하며, 그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도지사님과 의장님께서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 자연친화적 환경을 파괴한 분으로 후대에 인식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도지사님이나 의장님 스스로도 또한 그러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문화재보호구역의 축소는 재고되어야 하며, 마땅히 폐기되어야 합니다.
도지사님과 의장님 이하 관계자 여러분들의 경기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경기도의 훌륭한 문화자산들이 여러분들의 탁월한 역사인식으로 자손만대까지 잘 보전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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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닷컴] : 문화재구역 축소 경기도의 羞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