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배…또 1배… 탐내고 성낸 마음 참회합니다”

용주사 출가열반절 3000배 참회정진 입재 현장

지난 23일 용주사 천보루에서 열린 3000배 참회정진기도 입재를 맞아 동참 대중이 430배 정진을 하고 있다. 이어 석가모니불 정진과 참회기도 발원문도 봉송했다.

봄기운이 싹트는 춘삼월의 대지가 때 아닌 기습폭우로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마지막 기세도 부처님 따라 정진하겠다는 불자들의 수행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지난 23일 제2교구본사 용주사 천보루에는 100명이 넘는 우바새, 우바이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넘쳐났다. 자리를 찾지 못한 일부는 공간이 부족해 맞은편 대웅보전 등 인근 전각으로 자리를 옮겨 정진할 정도로 수행에 대한 발심이 컸다. 이들은 부처님이 수행의 길에 나선 출가절과 깨달음을 완성한 열반절을 맞아 용주사가 개최한 ‘3000배 참회정진기도’에 동참한 불자들이다.

불교의 4대 명절인 출가절과 열반절을 맞이 한데다가 용주사에서 처음으로 출가절.열반절 행사를 가짐으로써 이번 3000배 참회정진기도 동참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해 성불하고 말겠다’는 서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느 때보다 수행열기를 더 높였다.

29일까지 천보루서 하루 430배씩 정진

대중과 함께 3000배 참회정진기도

“불자로서 자기 내면 들여다보는 계기”

용주사 3000배 참회정진기도는 주지 정호스님의 출가절ㆍ열반절과 참회기도의 의미와 공덕에 대한 법문으로 시작됐다. 정호스님은 “부처님께서 생로병사의 고해를 고민하시다 해결하기 위해 출가하셨으며 45년간 크나큰 가르침으로 중생을 구제하다 열반에 드셨다”면서 “출가열반절을 맞아 알게 모르게 지은 업을 소멸하기 위해 진심어린 마음으로 참회 정진한다면 업이 녹아내릴 뿐만 아니라 마음의 정화를 체득하게 될 것”이라며 정진을 당부했다.

정호스님의 법문에 이어 곧바로 430배 정진에 돌입했다. 용주사 포교국장 덕본스님의 죽비에 맞춰 부처님께 1배, 1배를 올렸다. 절이 횟수를 더해가자 천보루의 수행열기는 더욱 더 뜨거워졌다. 하루 전날 내린 눈이 녹으면서 천보루 처마 끝으로 뚝 뚝 떨어지는 물처럼 대중들의 이마에도 땀이 흘러 내렸다. 430배 정진이 막바지에 이르자 흐르는 땀으로 동참자들의 몸과 옷이 흠뻑 젖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430배 정진에 이어 석가모니불 정근과 참회기도 발원문을 다함께 읽어 내려갔다.

“저희들은 한량없는 옛적부터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으로 많은 잘못을 지었습니다. 이제 모두 참회하옵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오니 위없는 자비로 살펴주옵소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보살도를 이루기 위한 정진의 시간인 참회정진기도는 불자들이 부처님의 출가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난 열반에 대해 기도하는 기회가 됐다. 용주사 3000배 참회정진기도는 지난 23일 입재해 오는 29일까지 경내 천보루에서 매일 430배씩 총 3000배와 참회기도 발원으로 진행됐다.

참회정진기도에 동참한 김명자(62, 법명 법명화)씨는 “매일같이 절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 등 정근을 하고 있다”면서 “일상이 곧 정진이듯 용주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출가열반절 참회정진기도 같은 정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동참 소감을 밝혔다.

김영순(52, 법명 정각행)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경기지역단 수원지역총괄팀장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셨던 마음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마음에 되새기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면서 “좋은 수행정진기간인 만큼 여러 도반들과 함께 열심히 정진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정진기도를 주관한 포교국장 덕본스님은 “출가ㆍ열반절이라는 뜻 깊은 불교 명절을 맞아 대중이 함께 모여 3000배와 참회정진기도를 함으로써 불자로서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서원도 다시 한 번 세워보는 뜻 깊은 자리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영축총림 통도사와 창원 성주사, 부산 홍법사,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지역본부 등이 출가절과 열반절을 맞아 일주일동안 특별정진주간으로 선포하고 1만배 정진기도와 선지식 초청법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다.

용주사=박인탁 기자

[불교신문 2609호/ 3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