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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평도 포격·구제역 대혼란은 共業…공동체의식 회복해야
글쓴이 용주사 등록일 2011-02-07
첨부파일 조회수 1927
“연평도 포격·구제역 대혼란은 共業…공동체의식 회복해야”
[경기 인터뷰] 정호 용주사 주지스님
2011년 01월 31일 (월) 최종식 기자 choi@ekgib.com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국회의 예산안 날치기에 이어 최근 구제역 파동까지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안감과 피로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점점 살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사회 현상이 우리가 간직하고 보전해 나가야 할 어떤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려서는 아닐까. 경기일보는 새해를 맞아 불교계의 큰 어른인 화성 용주사 정호 주지스님에게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조용히 차를 끓이며 말문을 연 정호스님은 온화한 표정으로 현대인의 마음자세에 대해 논하다가도 시국현안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평도 포격에 구제역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생매장을 당하는 등 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일들에는 그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불교적 가치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우리 불교에서 이해하는 입장은 이 시대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상황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업, 즉 공동으로 함께 지은 업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국민 전체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했던 결과로 일어나는 것이다.

천안함이나 연평도도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누적돼 왔던 태도의 결과물이다. 좀더 분명하게 서로의 관계정립을 하면서 확고한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렇게 무모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간접적인 원인제공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구제역 발생도 인간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구제역이니 뭐니 가축들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지 않고 생명을 마감하는 사태도 이 시대를 함께 하는 고민, 괴로움의 표현이다. 불교에서는 자연과 모든 생명들이 하나의 그물망같이 이어져서 시공에 함께 영향을 주고 변화한다. 생명체에 대해 인간중심적인 생각을 가져 보이지 않는 인과적 연결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데 개인의 정신세계는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을 잃어버렸기 때문인가.

정치·경제·문화 모든 방면을 이끌어가는 사회지도자들이 전통적 가치에서 멀어져 있다. 동양적 의미의 군자나 선비 정신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는 군자나 선비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스스로의 자존은 가지고 있었다.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금도라는 것을 일반 의식 속에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양사상이 들어오고 생산수단이 발달하면서 전통적 가치가 홀대받게 됐다. 잘못된 경쟁의식이 사회적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사회인력의 수요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상대방에 대해 경쟁적 우위를 점해야만 나은 위치를 확보한다고 해서 인성이 상실됐다.

함께 사는 세상… 잘못된 경쟁의식·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국민 개인의 존엄·가치 인정 전제…불교, 민주주의와  동일

사찰 주변 개발 아파트보다 ‘孝메카’ 조성… 세계적 관광지로

또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되는데 온전하지 않은 지식전달에만 치중하고 있다. 공동체의식을 다시 회복하는 교육, 운동을 펼쳐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 결국 자기도 더 유익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전체가 잘 되는 것이고 또 전체가 잘 돼야 개인도 잘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에 문제제기를 한다. 실제 막말과 폭력, 무조건적 반대 등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 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이 개선돼야 하나.

손자병법에서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다섯가지 덕으로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을 꼽는다.

   
▲ 하태황기자 hath@ekgib.com

지혜가 있다는 것은 마음이 물같이 맑아 사심이 없어야 된다는 것이다. 관계에서는 신이 필요하다. 믿음 잃은 지도자는 따를 수 없다.

또 사람은 어질어야 한다. 상대 마음을 이해하는 넉넉한 마음상태가 필요하다. 그 다음은 용기다. 중요한 문제를 결단할 때 주저없으면서도 본인이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엄은 상벌과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것은 지도자의 결격사유다. 또 잘한 사람은 보상해주고 못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줘야지 흐리멍텅하게 하면 누가 잘하려고 애를 쓰겠나. 이는 장군의 5덕인 동시에 현재 정치인을 비롯 사회지도자나 CEO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불교계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들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나.

불교계라고 통일된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불교계라도 수용하는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단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문적인 검토는 안 해봤지만 긍정적 측면이 확실히 있다. 강을 준설해 물이 항상 흐르게 하고 오염물질을 별도로 관리해서 정화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

그런데 모든 일은 시기와 여건의 적절성이 맞아야 된다. 4대강을 동시에 사업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무리다. 서울 한강과 같은 정도의 치수시설을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최소한 4만불 정도의 국민소득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구체적 검증과정을 거쳐 국민 동의를 얻으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나. 우선 생명체가 하나도 살지 않는 영산강부터 먼저 해보고 영산강이 정화되면 다음에는 금강으로, 그 다음은 낙동강으로 경제력에 맞게 단계적으로 하면 박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4만불 시대의 치수인프라를 2만불 시대에 한꺼번에 하려 한다는 점에서 적절성과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불교계가 반발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라만상 현존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불교의 화엄의 세계다.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서로 연계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어우러져 함께 존재한다. 또 인류가 개발한 최적의 정치제도인 민주주의에서도 국민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웃 종교인 중에 독선적, 배타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이들이 있어 문제다. 아직 조금 덜 성숙된 민주주의로 인해 나만 옳고 상대방이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일부 종교인의 행태가 인내의 한도를 넘어설 정도로 불쾌하게 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그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종교·문화·철학·윤리가 왜 필요한가. 함께 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무인도에서는 그런 것 필요없다. 따라서 교계 지도자들은 단호한 입장표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용주사를 둘러싼 LH의 주택사업에 제동을 거셨는데.

정조가 사도세자를 모시기 위해 용주사를 세운 과정을 보게 되면 우리의 역사 속에 우리 국민 제1의 정신적 가치가 ‘효’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며 가정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가치다. 이곳은 그런 효행에 얽힌 역사적 현장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효 교육장으로도 가치 있고 세계에 한국의 효를 선양할 수 있는 효의 메카다.

잘 다듬어서 효테마공원전통문화 관광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계문화유산 옆에 콘크리트 아파트를 짓는다는 발상은 문명국가의 인식 속에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처음 아파트를 짓던 시절에는 서민주택 보급이 더 우선됐지만 경제사정이 좋아진 이제는 역사성을 살리는 효의 테마공원으로 보존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다.

대담=최종식 정치부장

정리=구예리기자 yell@ekgib.com

■  화성 ‘용주사’는

정조 효심 스며있는 孝사찰의 대본산

용주사는 정조의 효심이 사찰 곳곳에 스며있는 ‘효의 근본사찰’로 불린다.

본래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창건된 ‘갈양사’라는 사찰로 병자호란 때 폐사됐다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기면서 절을 다시 일으켜 원찰(願刹)로 삼았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부왕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만에 숨을 거둔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 하던 정조는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설법을 듣게 되고 이에 크게 감동,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했다.

부모은중경은 아기를 배어서 수호해 주신 은혜부터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까지 불교에서 말하는 열 가지 부모의 은혜를 말한다.

이에 정조는 양주 배봉산에 있던 부친의 묘를 화산으로 옮겨와 현릉원(뒤에 융릉으로 승격)이라 하고 이곳에 절을 지어 비명에 숨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호하고 명복을 빌게 했다.

이처럼 용주사의 창건은 정조의 효심이 불심으로 승화돼 이룩된 것이며, 용주사는 정조의 뜻을 받들어 효행교육원을 설립, 불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효행교육을 펼쳐나가고 있다.

정호스님은 “효의 덕목이야말로 인류사의 영원한 구원의 가치”라며 “이곳을 테마공원화해 한국의 효문화 관련 전통놀이, 효자비 조각공원 등 인프라를 구축해 놓으면 효 선양에 있어 더없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풍부한 가치를 품고 있는, 어디와도 바꿀 수 없는 역사적 현장”이라며 “이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많은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何處去 何處來" (불교닷컴-박 봉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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